결론부터 말하자면 조선시대에도 위조화폐는 당연히 있었고 문제가 매우 심각했다고 합니다. 아주 먼 옛날에는 법정화폐 대신에 소금이나 쌀, 가축 등을 이용하여 물물교환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동전이 만들어지고 활발하게 유통이 되면서 위조화폐 문제는 꾸준히 발생했는데요. 17세기 말에 이르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게 됩니다. 당시 화폐를 위조하는 행위가 얼마나 심각했냐면 구리로 동전을 위조하기 위해, 놋그릇 절도가 횡행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당시 위폐를 보면, 함석을 사용하지 않고 구리와 납만 섞어 만들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주조된 동전보다 가벼웠는데, 일반 백성이 이를 알아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심각함을 느낀 조선 숙종은 화폐를 위조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통제하기 시작하는데요. 동전을 불법 주조한 장인은 사형에 처하고, 자금을 조달한 봉족은 유배에 처했습니다. 또한 동전을 주조할 수 있는 화로의 수를 제한하고, 민간에서 동전 생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정된 놋그릇 외의 놋그릇은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제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조화폐 제작자들을 좀처럼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감시를 피해 서울을 떠나 산속이나 시골로 숨어들었고, 심지어 배에서도 위폐를 제조했습니다. 승정원 일기를 보면, 1724년에 인천 앞바다 선갑도의 위조화폐 제조 현장을 급습했다는 기록도 있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고 합니다. 조선 조정은 상평통보 뒷면에 발행 관청을 새겨 넣었고 천자문 순서로 일련번호를 넣는 등 위폐를 막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막기 어려웠고, 19세기에 들어서면 위폐가 너무 많은 나머지 시장이 마비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위조화폐 문제는 조선이 망할때까지 조선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습니다. 시장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화폐공급부터가 통제가 안되니, 자유 경재 체제는 가능할 리가 없었으며, 근대화 시기에 제대로 된 근대적 경제개혁, 화폐개혁 또한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가 일제에게 경제적으로 예속을 당하는 데 아무런 방어를 할 수가 없었던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지요.
참 씁쓸한 역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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