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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아무도 모른다 (2005)

by 니루루 2022. 9. 12.

 

아무도 모른다

제목 : 아무도 모른다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야기라 유야, 키타우라 아유, 키무라 히에이
개봉 : 2005. 4. 1.

 

개요

이 영화는 1988년 일본 도쿄에서 일어난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줄거리

후쿠시마와 아키라는 어느 집에 새로 이사 왔습니다. 이삿짐에 도착했는데 커다란 트렁크 두 개만은 이삿짐센터에 맡기지 않고 직접 옮깁니다. 가방 안에 두 어린 동생 유키와 시게루가 숨어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으로 가서 여동생 쿄코를 데리고 옵니다. 이렇게 해서 다섯 식구가 몰래 살게 된 집에서 엄마 후쿠시마는 큰소리로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 밖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규칙을 세웁니다.

 

무능력한 것도 모자라 자식들에게 무관심한 엄마는 자녀들의 교육은커녕, 학교에도 제대로 보내지 못합니다. 어느 날 엄마는 당분간 집에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며 장남 아키라에게 나머지 아이들을 부탁하는 편지와 소량의 지폐를 남기고 집을 떠나버립니다. 점점 떨어져 가는 생활비에 아키라는 밤잠을 설칩니다. 그리고 유키의 아버지와 쿄코의 아버지를 찾아가 돈을 빌려보려 합니다.

 

한 달 만에 돌아온 엄마는 돌아오자마자 크리스마스 때 돌아오겠다며 또 짐을 싸서 나가버립니다. 엄마는 크리스마스가 되었지만 여전히 돌아오지 않습니다. 엄마가 일하던 백화점에 전화해보지만 지난달에 퇴사했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아키라는 엄마에게서 왔던 편지의 주소를 추적해 전화번호를 알아냈지만 야마모토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여자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유키의 생일날이 다가왔습니다. 엄마가 그동안 없었어도 한 번도 떼를 쓰지 않았던 유키는 자신의 생일날에는 반드시 엄마가 올 거니까 역으로 마중 나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역으로 마중 나가도 여전히 엄마는 오지 않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아키라의 고충을 알고 경찰서나 복지사무소에 연락해보자고 하지만, 동생들이랑 같이 살 수 없는 것이 걱정되어 거절합니다. 

 

봄이 되자, 아키라는 동생들을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가자고 제안합니다. 겨우 집 밖 편의점에서 장을 보고,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고작이지만 아이들은 무척이나 행복해합니다. 공과금이 밀리자 아키라의 집에는 더 이상 전기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여름이 되자, 아이들은 공터에 화장실을 이용하고 공터에서 빨래를 하고, 물을 길어다 먹습니다. 더 이상 음식을 살 돈이 없는 아키라는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받아 동생들을 먹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의자에서 넘어진 유키가 심하게 다치게 되고 아키라는 유키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약까지 훔쳐서 오지만, 유키는 결국 숨을 거둡니다. 얼마 후 아키라의 엄마는 편지와 함께 돈을 보내오고, 아키라는 그 돈으로 유키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사고, 유키가 좋아하는 인형을 사고, 유키가 사고 싶어 했던 신발을 사서 유키에게 신깁니다. 그리고 아키라는 사키와 함께 유키를 데리고 하니다 공항으로 향합니다. 아키라는 공항 외딴 곳에다가 떨리는 손으로 유키를 땅에 묻습니다.  

리뷰

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작품을 한 편도 빼지 않고 챙겨봤지만, 이 영화는 정말 슬픕니다. 담담하게 찍어서 더 슬프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저에게는 가장 슬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작품은 비극을 다룬 것이 아니라 성장을 담았다고 하지만, 이게 어찌 비극이 아닐 수가 있나요.  


아이들은 무책임한 엄마의 방임속에서 고통을 받지만, 그래도 엄마가 집에 온다는 희망만 믿고 서로가 서로를 돌보며 인내하며 살아갑니다. 영화는 빠른 듯 하면서 느리게 서서히 죽어가는, 병들어가는 아이들의 고통과 시들어가는 마음을 담담하게 그저 지켜봅니다.

 

그래도 엄마니까, 아이들은 그런 모진 현실 속에서 그래도 한 줄기 희망을 가지고 엄마를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기다려요. 엄마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포기해버린 장남 아키라조차,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키가 죽은 후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은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장면입니다.

 

이 작품을 이야기할 때 아이들의 연기를 언급안할 수가 없는데요. 이 아이들은 모두 연기 경력이 없는 아이들이었다고 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이 자주 쓰는 방법인데, 그는 연기를 모르는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과 거기에서 오는 에너지를 잘 활용합니다. 티없이 맑은 도화지같은 아이들이 세상의 검은 먹구름에 물들어가는 듯한 이 작품의 태도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슬픈 영화를 볼 때, 눈물이 흐르는 걸 최대한 참는 편입니다. 남들이 볼때 매우 이상한 마음이지만, 저들의 고통과 슬픔이 그저 즐거움을 위해 영화를 보는 나의 1회용 눈물따위로 소모되는 것같은 이상한 죄책감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리뷰를 쓰는 순간에도 저를 울컥하게 만드네요.  지금 나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을 보다가 이 작품을 다시 보면, 왠지 감독님의 젊은 시절의 날카로움이나 냉담함같은 게 다시 보이기도 하네요.

 

이상 '아무도 모른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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