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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다운폴 (2004)

by 니루루 2023. 1. 22.

제목 : 다운폴
감독 : 올리버 히르슈비겔
출연 : 브루노 간츠, 울리히 마테스, 알렉산드라 마리아 라라
개봉 : 2014. 1. 26.

 

 

소개

영화가 처음 독일에서 개봉된 날짜가 2004년인 것을 보면 한국에서는 매우 늦게 개봉된 영화입니다.
상영시간이 150분이 넘기 때문에 세계전쟁에 관심이 없으시거나 잘 모르시는 분들은 지루할 수 있습니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그 인물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쟁사의 맥락을 어느 정도 아셔야만 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물론 히틀러의 최후를 아시는 분이라면 다른 배경지식이 없어도 영화를 따라가는 데 지장은 없습니다. 영화는 2차대전의 원흉 독일 나치의 최후를 처절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낸 명작으로 손꼽힙니다. 특히 벙커에서 히틀러가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을 그 어떤 영화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리뷰

영화 다운폴은 세계 2차대전이 독일의 패배로 마무리되가던 무렵, 소련군에게 공격당하는 베를린의 처참한 모습과 총사령부가 숨어있던 벙커 내에서 히틀러가 자살하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자세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관찰자의 시점으로 촬영되었는데, 전쟁 막바지에 자신들의 패배를 직감한 군 수뇌부의 불안한 심리상태와 절망을 실감 나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서 각 배우들은 마치 실존인물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이 높은 싱크로율로 연기를 하고 있는데, 특히나 히틀러역의 브루노 간츠나 괴벨스 역의 울리히 마티스는 마치 진짜 히틀러나 괴벨스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료화면 속의 실존인물과 다름없는 메서드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브루노 간츠는 히틀러를 정확하게 연기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사투리에서부터 몸을 쓰는 버릇, 태도나 심지어 파킨슨 병의 증상까지 따로 연구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고 합니다. 브루노 간츠 뿐만아니라 대다수의 배우가 메서드 연기를 펼친 탓에 영화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그 배역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배우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후에 히틀려역의 브루노 간츠는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서 메서드 연기를 펼치다가 빠져나오지 못한 배우들을 상대로 상담사 역할을 했던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다운폴의 모든 배우들은 이 영화에 심혈을 기울여서 연기를 한 만큼 연기력 측면에서 매우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다만 이 영화에 대해서 비판이 나오는 포인트가 있었는데, 이는 히틀러가 너무 인간적이고 신사적으로 묘사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 히틀러는 여성과 아이들에게 매우 신사적입니다. 심지어 자살하기 직전 제정신이 아닌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여비서에게 매우 신사적인 악수하는 장면은 히틀러를 너무 미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게 합니다. 하지만 여러 전후 자서전이나 인터뷰에 따르면 실제로 히틀러는 벙커에서 자살하기 직전까지도 비교적 제정신을 차린 상태였고, 여성에게 끝까지 신사적으로 대했던 것 또한 사실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는 도대체 나치의 비극은 왜 일어났는가. 그리고 그것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를 논할때 과연 히틀러와 그 수뇌부에게만 잘못이 있겠는가. 나치가 정권을 잡을 수 있던 배경을 제공한 독일 국민들에게 그 책임은 없는가에 대해서도 묻고 있습니다. 괴벨스의 대사를 통해 알 수 있지요. 괴벨스는 자신은 독일 국민들을 동정하지 않고, 지금 전쟁의 패배의 책임은 그들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괴벨스의 이 대사 신을 다루는 것을 보면 독일 국민들로 하여금 타민족에 대한 경멸과 혐오를 조장해왔으면서 한편으로는 그에 설득당하는 독일 국민들에 대한 조롱과 비웃음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독일 국민들도 2차 대전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이에 대한 자성이 있어야 한다는 주제의식이 담긴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매우 가슴아픈 부분은 벙커에는 수뇌부 간부 한 명 한 명의 가족들이 있었는데, 전쟁의 패배를 직감하고 포로로 잡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들을 하나하나 죽여가는 장면들입니다. 자신의 여섯 명의 자녀들을 모두 독살하고 아내와 같이 자살하는 괴벨스를 묘사하는 장면은 매우 건조하게 찍혔지만 죽임을 당하는 아이의 시점에서 너무나 처참하고 가슴 아픈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히틀러 역할을 맡은 브루노 간츠도 아이들의 죽음 장면을 앞두고 촬영 내내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영화는 히틀러의 주변인물들의 다양한 최후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민간인과 부상병을 돌보려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그 와중에 탈영하는 자국 병사를 학살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인물,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하는 인물과 철수할 것을 주장하는 인물 등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며 전쟁의 처절함과 패잔병의 절망과 무기력함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